빌 게이츠가 “위대한 선생님” 극찬 [중앙일보]

“가장 좋은 교육을 받기 원하면 훌륭한 학교보다 뛰어난 선생님을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

 “여러분의 자녀가 가장 좋은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면 훌륭한 학교보다 뛰어난 선생님을 만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자선단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설립자인 빌 게이츠는 26일 재단 파트너들에게 보낸 연례편지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선생님 개혁’을 힘줘 강조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고 했다면, 게이츠는 “문제는 선생님이야, 바보야(It’s the Teacher, Stupid)”라고 역설한 것이다.

게이츠는 “내가 시애틀의 사립학교에 다녔을 때 선생님들은 나의 흥미를 북돋웠고, 독서와 학습을 장려했다”며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수학과 소프트웨어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훌륭한 교사와 무능한 교사가 내는 교육적 차이는 놀랄 정도로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적 성공을 거두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교사가 교실에서 유능해질 수 있도록 학교가 돕는다는 점”이라며 “선생님들은 훌륭한 교육자가 되길 원하는 만큼 그들의 능력을 개선하는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의 자질·능력·열정을 높이는 ‘선생님 개혁’이 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교사 개혁’ 방안과 관련, “어떤 교사가 유능한 이유를 파악하고, 좋은 교육 방법을 전파해 교육의 평균 수준을 올리는 일에 재단은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가장 훌륭한 교사들의 강의를 온라인에 올려 다른 교사의 본보기로 삼고, 학생 교육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선 고교 입학생의 71%만이 졸업하고, 흑인의 졸업률은 55%에 그쳐 매년 100만 명이 중퇴할 정도로 교육수준이 보잘것없다”며 “많은 학부모가 교육의 질에 대해 분개하지 않는 것이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2025년까지 전국 고교생의 80%가 정상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대학에 갈 준비를 하도록 돕는 게 재단의 목표”라고 밝혔다.

게이츠는 “우리 재단은 9년 전부터 고교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20억 달러를 썼으나 우리가 투자한 작은 학교들의 다수는 좋은 교사를 채용하거나 교과과정을 바꾸는 등의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선생님 개혁’이 쉽지 않다는 걸 인정했다.

그러나 “낮은 (교육적) 기대와 낮은 결과를 가진 학교를 높은 기대와 높은 결과를 창출하는 학교로 탈바꿈시킨 경우도 있는 만큼 목표를 높게 잡을 필요가 있다”며 ‘선생님 개혁’을 적극 추진할 뜻을 밝혔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믿고 용기 주니 문제학생도 모범생 변신”

빌 게이츠가 “위대한 선생님” 극찬
휴스턴 리 고교 교감 e-메일 인터뷰


 빌 게이츠는 지난해 12월 3일 조지 워싱턴대 강연에서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리 고교의 교감 세자르 알바레즈(사진)를 ‘위대한 선생님’이라 극찬한 적이 있다. 그는 “이 학교에 2005년 깡패였던 학생이 입학했다. 알바레즈의 가르침 덕분에 그는 정상 학생이 돼 대입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엔 문제 학생들이 많지만 알바레즈와 같은 교육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곤 “위대한 교육은 교실에서 이뤄진다”며 “알바레즈와 같은 좋은 교육자들을 충원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알바레즈는 최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문제 학생을 지도하면서 교육자는 학생을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학생들은 가끔 골치를 썩일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걸 기꺼이 감당하고 인내하면서 학생 인격을 존중하는 교육을 하면 좋은 결실을 본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 “교육자가 학생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을 버리고 그들을 존중하면서 그들의 미래를 위해 성실히 투자하면 학생들도 따라온다는 교훈을 배웠다”며 “이것이 교육자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서 문제 학생을 교육한 과정을 들어봤다.

-어떤 학생이었나.

“불법이민자의 아들로서 18세 때 중학교 3학년 과정에 편입했다. 대안학교에서 깡패 활동 등으로 퇴학당했기 때문에 14~15세의 아이들과 공부해야 했다. 자신도 이미 크게 뒤처졌다는 자괴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어떻게 가르쳤나.

“처음 만났을 때 ‘네 인생을 바꾸고 싶으냐’고 묻자, 그는 ‘그러고 싶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의 과거를 묻지 않았고, 상처 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를 존중하면서 보통 학생들과 똑같이 대하려 했다. 내가 각별한 관심을 보이자 그의 마음은 조금씩 열렸다.”

-어려움은 없었나.

“지금은 공부에 재미를 붙였고, 태도가 많이 달라졌지만 여러 번의 진통이 있었다. 그는 세 번이나 자퇴하려 했다. 우선은 집안이 어려워 돈도 벌어야 했기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려 했다. 그래서 나는 일찍 하교할 수 있도록 했고, 틈틈이 보충 수업을 했다. 그러자 그의 고용주도 협조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조정했다.”

-그 학생은 어떻게 달라졌나.

“처음엔 교우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한 데다 공부도 잘 못해 중퇴하려 했다. 나는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며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 후 둘 사이에 신뢰가 생기면서 그는 나를 믿고 잘 따라왔다. 그는 성적이 아주 우수하지는 않지만 성실한 학생이 됐다. 그는 ‘불법이민자가 대학 진학이 가능할까’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좋은 학생이 되면 길이 열린다’고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