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인터넷 책방에서 “새벽거리에서”라는 신간의 홍보내용을 하도 봐서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세뇌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몇 번 출판사의 홍보문구에 속았었기에, 더 이상 속지 않고 싶었다. 그러던 찰나, 도서관에 이 작가의 전작이 두둥 내 손에 찝혔던 것이다. 펼쳐본 순간 5만원권 두 장, 10만원권 5장과 함께. 약 2초 얼어있다가 사서님께 이 사실을 알렸다. 사서님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고 착한 얼굴로 깜짝 놀랐다는 듯이 연기를 하면서. 그러나 빌리고 나오면서 “아깝다..”를 속으로 외치며.

어쨌깐에 이렇게 비싼 책의 내용이 좀 궁금했다고나 할까. 나 역시 어렸을 때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 등의 책을 읽었던 정도였기에.

주인공 “나”는 추리소설으르 쓰는 작가이다. 작가는 도서관에 갔다가 히노 미도리라는 여자 아이의 부름(?)을 받아 셜록 홈즈같은 명탐정 모습(안경에 지팡이를 짚은,)의 덴카이치 형사로서 그 세계로 이동한다. 액자구조치고 매우 부드러운 설정이다.

‘본격추리소설’이라는 장치는 모두 나오는 액자 내용이 끝나고 다시 명탐정에서 작가의 세상으로 이동한다. 작가는 다시 편집자와 함께 요새는 리얼리티, 혐대적 감각, 사회성으로 추리소설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더 이상 명탐정라든가, 작가가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와 같은 범인의 트릭같은 장치를 이용하면 그저 도서관의 한쪽 귀퉁이에 무덤을 차지하는 일이 될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본격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해 이 작가가 많은 고민을 했으며 이를 이 작품의 패러디와 풍자를 통해 표현했고 아직도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그 15만원을 아무 말 없이 그냥 들고 나왔다면, 나 역시 이 작가처럼 그 도서관의 미로에 빠져 헤메다가 히노 미도리를 만나 보레로 시로 빨려들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난 사심있는 행동을 했기에 아마도 살인사건의 주검으로서 등장했겠지?

11. 0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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