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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훔친' 에서 엄청 고민하셨을 것 같다.
프롤로그에서 밝히셨듯이 문학과 신경과학과의 상호조명-이 단어들의 나열조차 집중이 안되니 말이다.
머리 나쁜 내가 생각하기 에도 작가들의 시대에는 신경과학이란 분야가 없었기 때문에 뇌를 훔쳤다는 생각 조차 안했을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문학을 신경과학과 연관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 정말 머리 나쁜 사람이다)
아무리 프롤로그에서 문학과 신경과학과의 상호조명은 이렇게 어렵다고 미리 깔아두셨다지만
이런 작품과 내가 읽은 신경과학 책에서 밝힌 이론과의 연관성을 좀 봐 어때 비슷하지? 라고 닦달하는 듯한...
대학생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으면서
중학교 교과서에 다 나온 내용들을 곱씹으며 뭐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써놨지? 하며 읽었던
바보같은 감정들(ㅋㅋㅋ)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그때는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녀석 뭘 써도 고전인게지 하면서 ㅋㅋㅋㅋㅋ)
나만 이해 못하는 바보같은 느낌 ㅠㅠ
하지만..아무리 정리해보려 해도 문학작품은 작가의 상상 속 인물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작가의 개인 경험이 많이 반영되었다 하더라도) 과학과 (굳이 신경과학이 아니더라도)의 접목은 정말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내심 과학과 연관되고 싶진 않다는게 더 큰 나의 본심일지도..
그리하여 나는 이 책을 읽었지만.. 전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읽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다.
신경과학과 연관시켜야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쓰셨다면 매우 훌륭하게 연결시키셨다.
(-_-......)
이 책이 문학작품은 아니지 않는가? 신문 사설 읽듯이 가볍게 재미나게 읽었다.
특히 몇 몇개의 소재들이 재밌었는데 몰입시리즈를 지은 미하일 어쩌구의 제케라든가, 해마와 관련된 불행한 인물이라던가. 등등.
길고양이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비비탄 총을 쏴대는 초딩들을 보면 물론-어려서. 뭘 모르니까- 라고 생각은 하지만 굳이 연쇄살인마까지 안가더라도 주변에 제케들은 널린 것 같다. 피씨방에서 두두두 총 쏘고 있는 젊은 애들도 제케1, 제케2, 제케3..
해마와 관련된 H.M. 작가님의 말대로 구글링을 통해 찾아냈다.
오- 헨리 ㅠㅠ..
Henry Gustav Molaison (February 26, 1926 – December 2, 2008)
아주 기가 막힌 인생도 재밌었다.(죄송합니다 ㅠㅠ)
기억력이 나빠서 난 머리가 나쁘다라고 생각했더랬는데.
작가님이 기억력 좋은 사람의 삶에 대해 나열해주시는 걸 보니
내머리가 참 감사했다.
더 읽고 싶은 책목록을 많이 만들어주셔서 더욱 감사한 책이었다.
나도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백경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정말 집기 힘든 책이다. (다행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서)
p. s. 다 읽은 후 파니에게 "인간의 뇌는 가소성이 있대, 정말 마음만 먹으면 그대로 된대“ 라고 설명해주었더니만 ”그럼 하늘을 날게 해줘 하늘을 날게 해줘“ 주문을 외우고 있다. -_-.. 그렇게 말도 안되는거 말고 말야. “또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 해마에는 후각과 미각만을 장기기억해 놓는데. 진짜 그런 것 같아. 내가 닭 못먹는 이야기 해줬지? 나의 해마에 그 날의 닭 냄새와 맛이 장기기억 되어 있었던 거야”. 그러자 “우리의 뇌는 마음만 먹으면 변할 수 있는 가소성이 있다고 했잖아, 닭 먹겠다고 마음만 먹어봐” 라고 대꾸한다. “하지만 못된 습관을 가지게 하는 것도 뇌야, 한번 타고 내려간 썰매 자국을 따라 썰매 타게 되어 있다고” 아웅다웅 싸우기만 했다는...
* 독서노트
1. 흉내
감정이입의 증거, 거울뉴런 - 푸쉬킨, <예브게니 오네긴>
흉내내기와 흉내 억제하기 - 슈퍼거울뉴런의 존재를 변화하는 따찌야나가 보여줌
2. 몰입flow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시리즈. 존재감을 증명하는 방식 중 “다른 생명을 해치고 죽이는 것은 자아가 존재하고 또 강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검증된 방법이며 다른 몰입의 기회가 차단되었을 때 즐기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사례 연구로 제케라는 청년을 언급. 잘생기고 부유하고 총명하지만 내적인 공허 때문에 대단한 무기력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여름방학을 지나고 그의 눈빛에 자신감과 활력과 집중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어 물어보니 “제케는 알래스카의 한 증기선을 타고 거센 북극해에서 이 섬에서 저 섬으로 항해하면서 바다표범 무리를 발견할 때마다 배를 멈추었다. 그리고는 몽둥이를 들고 해변으로 가 바다표범 새끼들을 최대한 빨리 때려죽였다(...) 그를 앞서 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제케는 파괴에서 일종의 성취감을 느낀 것이다.
도파민-닥터지바고의 글쓰기, 레빈의 육체노동의 황홀경, 목적없는 목적(데이비드 엘리의 요트클럽), 백경(모비딕을 향한 복수 중독)
3. 기억과 망각
기억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뇌의 행위이다. 2000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신경생물학자 에릭 캔델은 정신과 뇌는 분리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정신이란 뇌에 의해 수행되는 작용들의 집합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뇌세포를 기억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어쨌든 그의 자전적인 연구서 <기억을 찾아서>..
기억은 네 개의 단계를 밟아가며 진행된다.
1. 부호화encoding(습득과 고착화)
2. 저장(storage)
3. 인출(retrieval
4. 망각
기억의 저장소 해마hippocampus. H.M. 이 사람은 어린 시절에 심각한 간질을 앓아 27살 때 간질 발작을 억제하기 위해 측두엽 해마 영역의 일부를 절제했다. 수술 결과 간질은 멈추었으나 기억할 수 없는 병에 걸렸다. 자신의 방을 찾아가지 못했고 나이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술 전 아주 어린 시절일은 기억했다. 그는 새로운 사건을 아주 짧은 시간 기억하지만 더 이상은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무수한 전문가의 관심 속에서 무수한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환자 본인은 자신이 그토록 큰 관심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전혀 기억못했다. 자기도 모르게 신경과학계에 엄청난 공헌을 한 채 그는 2008년 82세로 생을 마감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들렌.
후각과 미각만이 뇌의 장기 기억 센터인 해마조직과 직접 연관된다. 해마 조직에 새겨진 후각과 미각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시인이 찾아가는 기억의 지하실<안나 아흐마토바“기억은 속임수를 쓴다”
보르헤스의 <기억의 천재 푸네스> 그의 머릿 속에는 각기 다른 수천 개의 나뭇잎이 그냥 누적되어 있을 뿐
4. 변화
가소성plasticity(변화가능성·유연성) 우리의 뇌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의 궁극적인 의미는 톨스토이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지적인 호기심과 관심, 늘 새로운 도전을 발견하려는 마음이 적절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의지와 결합될 때 평생학습이 실현된다. 이런 태도가 있으면 나이가 90이 되어도 싱싱하고 들떠서 살게 된다. 이러한 태도가 없으면 건강한 젊은이도 맥없고 따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