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1, 2 -이정명 장편소설 (드라마로 보진 않고 있으나 심심찮게 미디어에 소식이 올라오길래 무슨 책인가 하는 마음으로 선택)
한국인이라면 누구든지 '불휘 기픈 나무'를 알고 있을 것이다. 중학생 때 였던가, 대왕으로 칭송받는 세종이 창제한 한글로 이루어진 첫 작품-<용비어천가>를 국어교과서에서 본 것은. 할아버지 국어선생님의 입술을 따라 오백여년이라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 그 당시의 발음으로 용비어천가를 따라 읽었다. '불휘기픈나무는 바라매 아니맬세 곧됴쿄 여름하나니..' 대충 이런 글씨에 가까웠다. 어쨌든, 이 뿌리가 깊었던 나무는 드라마의 열풍을 타고 내 손으로 들어왔다. 몇 년 전에 대왕 세종이라는 사극물로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자고로.. 재밌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뭔가 내 나이에 KBS 9번을 그 주말 황금 시간대에 고정하긴 힘든 일이었다.. 왜냐면 그 시간에 미처 집에 당도하지 못하여 동네 치킨집 티비에 얼굴을 붙이고 서서 사극물을 시청하는 할아버지들을 많이 봤기에.. 그 당시에 나는 할아버지들은 역사물을 욀케 좋아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즉 나의 인식으로 KBS 9번 사극물 시청자 = 노년기의 할아버지들..장년기의 아저씨들.
어쨌든 장르로 따지자면 이는 조선판 CSI 의학 소설이다(그러면 가리온이 주인공을 꿰차야 한다). 그리고 조선판 명탐정 채윤의 추리소설. 그리고 그 안에 자리 잡은 퍼즐 오행설.
진실은 어둠속에 있다, 어둠은 진실을 감출 수 있지만 없애지는 못한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빛과 어둠, 그리고 아는 것과 무지한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이러한 대비가 이 소설 가득 채우고 있다.
소설 초반부터 최만리를 범인으로 몰아가지만 와우, 반전이 있었다. 역시 실존인물을 범인으로 만들었다면 수많은 고집불통 '최씨'들로부터 많은 욕을 먹었을 것이다. ㅋㅋㅋ 작가가 이런 것 까지 다 고려하며 작품을 썼다고 생각하니 보통 골머리를 싸맨게 아닐 듯 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뭔가 있어 보이는 무휼은 괜히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작품량에서 많이 나오는 인물은 아니지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이었다.. 마지막에 무휼의 모습에서 눈물이 살짝..
우리나라는 나라를 잠시 뺏은 일본보다 오래도록 우리한테 삥을 뜯었던 떼놈들이 더 나쁜게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했다.
주상은 자신의 앞에 있는 거대한 시대와 정면으로 싸우고 있었다. 불온한 시대, 어둠의 시대, 혼돈의 시대를 물리치고 빛과 융성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했다.
마냥 평온했을 것 같은 조선시대의 세종대왕의 시대. 그는 그렇게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로 그를 의미했을 것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찬란하게 피고 열매가 많습니다. 원천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끊이지 아니하므로 내를 이루어 바다로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