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blog에 한참 독서감상문을 끄적이던 나날들. 그 날의 이 책의 제목은 쫌 유치하다 ㅋㅋ

'사랑'에 대한 뼛속 탐구!! (사랑에 대해 알고 싶은 자, 이 책을 읽으라!)

벌써 5년전이니..

 

2005년도에 읽고 싶은 목록 리스트에만 올려놓고 읽지 못했던 책.
그때의 나는 '사랑'보다 '진로'가 중요한 시점이었기에 끝내 이 책을 읽을 여유를 갖지 못했다. 그리고 '사회생활'이라는 것에 물릴대로 물려(난 여기서 물린다를 bite라고 의미하고 싶다..) 회사를 때려쳤다. 알바비스무리하는 것을 하면서 자유를 찾은 나는, "읽고 싶은책 리스트 작성하기"를 시작했는데 난 그동안 바보가 되어있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와 읽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그 책 제목들 중 대부분은 나의 뇌속에서 사라져있었다. 책집에는 새로운 책들이 쏟아져나와있었다. 출판사는 전자책 시대의 위기를 다양한 책들을 내놓는 것으로 모면했다고 한다. 그만큼 다양한 책이라는 바다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것은  스마트한 독자의 몫이 되버린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에 대응하기엔 멍청해져있었던 것을 이제야 깨달았던 것이다.. 이 우울한 서두는 여기서 그만..

어쨌든,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고, 곧 나의 뇌 속에서 건진 몇 권 안되는, 읽고 싶었던 이 책을 집어들었다.
참 재미있는 것은, 2005년도에 내가 이 책을 읽었어봤자 제대로 이해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연애를 해본 사람 혹은 연애중인 사람, 그리고 연애를 제대로 해보고자 하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약관 중반의 나이로 이 소설을 쓴 보통(난 ‘알랭’이라는 이름보다 우리나라의 normal이라는 의미로서의 ‘보통’이 맘에 들었다)씨가 결혼 후 결혼생활에 대해 이런 소설을 또 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작가는
이 책의 소제목들을 지을 때 이 주인공의 ‘사랑의 과정’에 맞춰 센스있게 지어주었다. 

우연이라는 기적같은 만남, 열정, 행복, 불안이라는 해제의 가속화, 낭만적 테러리즘을 가장한 삐침, 바람, 이별, 자살시도, 보통, 새로운 우연

사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 알고 싶었으나 답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당연하지, 이 1인칭 주인공에게는 클로이이듯이 나에게는 다른 사람이니까.

이 책은 정말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만큼 주옥같은 부분이 많았다.

[“나”의 확인] 3.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오직 인간만이 연체동물이나 지렁이와는 달리 자신을 규정하고 자의식을 얻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어디에서 끝나고 다른 사람들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한 제대로 된 느낌에 이를 수 없다. “혼자서는 절대로 성격이 형성되지 않는다.” 스탕달의 말이다. 성격의 기원은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있다는 의미이다. “나”라는 것은 완전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그 유동성에 남들이 윤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내 역사를 짊어지고 나가는 것을 도와줄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나 자신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 때로는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7. 사랑이 거울처럼 우리의 모습을 되돌려주는 것이라면, 고독은 거울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그러면 상상력은 우리의 거울에 있는 베인 상처나 점을 자기 마음대로 꾸며내게 된다.

제 15장 마음의 동요

21. 프랑스 철학자 알랭은 말했다. “절대로 사람들이 악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냥 바늘을 찾으면 된다.” 그 말은 말다툼이나 공격 뒤에 놓인 자극물이 무엇이었는지 찾아보라는 뜻이다. 이 부분 역시 작가로 보이는 본인을 제 3자화 하여 써놓은 듯하다. 이런 부분을 찾는 것이 이 책의 묘미이기도 했다. 원서로 읽을 수 없어 안타깝기도 하지만서도 ㅋㅋ. 그리고 나 역시 '원인 없이 결과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라 이 알랭의 말에 백프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16장 행복에 대한 두려움

2. 여행은(사랑과 마찬가지로) 꿈을 좇아서 현실로 들어가려는 시도이다.

6. 닥터 사베드라는 안헤도니아라고 진단했다. 영국 의학협회에서는 행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갑작스러운 공포에서 나오는 것으로, 고산병과 아주 흡사하다고 규정한 병이었다. 스페인의 이 지역에서는 여행자들 사이에 흔한 병이라고 했다. 이곳의 전원적인 풍경에 들어오게 되면 갑자기 지상에서의 행복의 실현이 눈앞의 가능성으로 대두되면서, 그런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서 격한 생리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7. 행복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 워낙 희귀하기 때문에 눈앞에 다가오면 무시무시하고 불안해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16. “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기 방에 혼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 파스칼의 말이다. 맥없이 사회적 영역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의 독자적인 능력을 쌓을 필요를 옹호한 말이다.

17. 클로이를 사랑하면서 생기는 불안은 부분적으로는 내 행복의 원인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이었다.

제18장 낭만적 테러리즘

11. 테러리스트적인 삐침이 구조적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아무리 사소하다고 하더라도 삐치게 만든 쪽에 어떤 잘못된 행동이 있어야 한다. 다만 문제는 가해진 모욕과 유발된 삐침 사이에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12. 내가 잠깐 클로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그녀 역시 나에게 마주 소리를 질렀다면, 방 열쇠를 둘러싼 말싸움은 저절로 풀려버렸을 것이다.

제21장 자살

7.인간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으며, 그것 때문에 자살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되었다.

제22장 예수콤플렉스

6. 나는 나 자신의 슬픔에 취하게 되었다. 나는 고통의 성층권에 이르러 있었다. 고통이 가치로 드높여지고 거기서 예수 콤플렉스로 미끄러져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이 부분은 주인공의 고통을 바라보는, 너무 재밌어죽겠다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

제23장 생략

5. 물리적 세계는 내가 잊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인생은 예술보다 잔인하다. 예술에서는 보통 물리적 환경이 등장인물의 정신적 상태를 반영한다. 로르카(Garcia Lorca, 1899-1936, 스페인의 시인, 극작가/역주)의 연극에서 누군가가 하늘이 흐리고 어둡고 잿빛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순수한 기상학적 관찰이아니라 심리적 상태의 상징이다. 인생은 우리에게 그런 손쉬운 표지들을 제공하지 않는다. 폭풍이 다가온다. 그러나 이것은 죽음과 붕괴의 전조와는 거리가 멀다. 비가 창문을 때려대는 동안에도 어떤 사람은 사랑과 진실, 아름다움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10. 시간은 자신을 생략한다. 확장된 상태에서 살지만 수축된 상태에서만 기억되는 아코디언 같다.

제24장 사랑의 교훈

클로이가 떠난 후 Peggy Nearly의 The Bleeding Heart(괴로운 마음)을 산다. 그리고 며칠전에 마담보바리를 읽은 주인공은 그 둘의 현대적인 해결책을 제시해보기도 한다. 이부분도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레이첼이라는 여자의 눈에 또 한번 빠지면서 막을 내린다.

프랑스 사람에 대해 선입견이 생길 것만 같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보통씨나.

2011.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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